[딴 냥이 이야기] 전투형 길냥이 해피02  -  2014.11.06 18:31

전투형 길냥이 해피 01

아예 아무 손을 내밀지 않았으면 모르겠으나 손을 내밀어 놓고 그냥 두고 가는 것은 경우가 아니라 생각했다. 

그냥 창문만 열어두고 사료를 안에 두면 들어올 것이고 그 때 창을 닫으면 될 거라고 아주 안이하게 생각하고 야옹이 포획에 들어갔다. 

결과? 

초보 포획꾼을 비웃으며 들어와서 사료만 쇽쇽 먹고 도망가는 신출 귀몰한 녀석에게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우리와 함께 할 운명이 안되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몇 번이고 속으로 포기를 했다. 

묘연이랑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지 않는가? 같이 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그건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라 하늘에서 주는 연이 아닌 모양이다. 라고 어쩌면 끝까지 챙겨주지 못할 아깽이가 불쌍해서 그냥 동정 베푼 것이 될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을 그렇게 덮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꼭 데려와야 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좀 다른데 있었다. 

사료를 먹으러 온 야옹이와 첫째가 마주친 적이 있는데 야옹이가 집안에 있는 달이(첫째)를 보더니 울면서 기를 쓰고 집안으로 들어오려는게 아닌가? 

우리가 짐작하기로 얼마전에 근처를 돌아다니는 치즈 길냥이를 본 적이 있다. 첫째의 코트를 똑같이 닮았던 그 냥이가 야옹이의 어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창틀로 머리를 디미는 야옹잉의 액션에 첫째도 측은한지 같이 답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데리고 오면 분명히 잘 지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너머 확신이 들게 되었다. 하지만 현실이란 언제나 냉혹하다. 세 마리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 과연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이런 고민을 하던 차에 성격이 곰살맞고 다정한 후배 하나가 떠올랐다. 

1년전쯤에 고양이 한 마리를 탁묘해 주고 난 다음부터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던 친구였다. 

좀 바쁜 삶을 사는 친구이기도 하고 아직 혼자인지라 일단은 고양이를 키울 생각이 있는지부터 물었다. 

살짝 살짝 찍어뒀던 야옹이 사진을 보내주자 흔쾌히 자신이 맡아 키우겠노라 했다. 

지금 야옹이를 맡아 키워주고 있는 해피 아빠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어째든 이렇게 맡아줄 사람까지 정해지자 계획은 구체적이 되었다. 


울산에서 수업을 마치고 내려가는 길에 전화가 왔다.  

하루 전쯤에 큰 고양이가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고, 야옹이랑 다툼이 있었던 것을 봤었다. 

설상가상으로 설치해 뒀던 다리마져 끊어진 상태였다. 


이사를 계획한 날 이틀 전이었다. 늦게 부산에 도착했지만 박스 덫을 만들어 잡을 계획을 하고 제작에 들어갔다. 

원리는 간단했다. 들어갈 때는 들어갈 수 있지만 나올 때는 안되는 형태로 만들면 되는거다. 

고양이가 드나드는 문을 매시망으로 만들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안에 있는 음식 냄새가 잘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제작 당시 찍어둔 사진이 없어서 말로 설명을 좀 하자면 지금 보이는 이 박스가 박스 덫이다. 안에 넘어져 있는 매시망은 원래는 문처럼 고정이 되어 있어야 한다. 고정하기 위해서는 케이블 타이가 있어야 한다. 

위 사진은 입구가 제거되어 있는 상태인데 위에 뚫린 구멍으로 케이블 타이를 넣어서 매시망을 고정하면 훌륭한 박스 덫이 완성된다. 

어째거나 밤새 박스 덫을 놓고 기다렸다. 아침에 가 보았으나 덫은 비어 있었다. 야옹이의 소리는 아주 멀리서 들렸다. 

아침 10시쯤 거의 포기하는 심정으로 창을 열고 

"야옹아.. 어서 와서 밥 먹어.." 

라고 푸념 섞인 부름을 하는데 박스가 들썩이는 것이 아닌가? 


순간 눈을 의심했으나 희미하게 들려오는 박스에서의 야옹 야옹 하는 소리는 녀석의 목소리가 틀림없었다. 



3부에서 계속 됩니다. 

전투형 길냥이 해피03





posted by Bimil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 PREV | 1|2|3|4|5|6|7|8|9|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