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보이즈 시즌3  -  2014.11.03 00:03

처음으로 농구라는 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1982년 아시안 게임에서

커다란 중국 사람들과 경기에서 이기고 금메달을 따는 남자 농구를 보면서였다.

3점슛 제도가 없었던 당시에 중국은 우리의 골 밑에서 한국의 작은 선수들은 먼 거리에서 중국의 림을 공략했다

룰도 잘 몰랐지만 계속 변하는 점수는 경기에 다이나믹함을 더해주어 박진감 있게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이후 한국에는 점보 시리즈 라는 농구 대회가 생겼고, 점보 시리즈는 농구 대잔치로 명칭을 변경하며 한국의 농구 신드롬을 불렀다.

아마추어 대회이다 보니 경기수가 많지 않았고, 농구 경기에 대한 갈증은 늘 있었다.

그런 나에게 어느 날 스포츠뉴스에 잠시 나왔던 미국 NBA 농구 장면은 충격에 가까웠다.

 

놀라웠던 것은 덩크슛이 아니었다.

카메라의 워킹도 따라가기 힘든 패스를 하는 선수가 있었다.

중국 선수들 보다 큰 키 같은 흑인 선수는 커다란 덩치에 맞지 않는 빙글 거리는 웃음으로 왼쪽을 보며 오른쪽으로 패스를, 패스를 하는 줄 알았는데 슛을 아무도 없는 곳으로 던진 줄 알았는데 거기에 우리 선수가 마술사가 커튼을 내리면 사람이 짠 하고 서 있게 되는 마술처럼 서 있는 농구를 하는 선수가 있었다.

매직 존슨 그리고 그의 라이벌 래리 버드.

내 농구의 우상은 매직과 버드이다. 라이벌이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확실한 모범사례.

두 사람은 동부, 서부로 나뉜 팀에 있었기 때문에 올스타 전에서도 같은 팀에서 뛸 수 없는 운명이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미국의 농구 국가대표 팀, 말 그래도 드림팀이 구성되면서 어쩌면 전 세계 농구팬들의 염원이었던 매직과 버드가 같은 팀에서 뛰게되는 사태가 생겼을 때,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던 느낌. 여전히 살아있는 존슨의 마법 같은 패스. 래리 버드의 귀신같은 슈팅, 마이클 조던의 공중에서 사는 것 같은 플레이.. 뭐 이야기가 길어지지만..

 

매직이라고 무적은 아니었다.

그렇다. 매직이라고 무적은 아니었다. 노쇠하기 전에 매직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팀은 농구의 황제라 불리는 마이클 조던보다 먼저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라는 팀의 배드 보이스 였다.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인 데니스 로드맨이 이 배드 보이스의 멤버였다. 수비의 달인이라 불리던 조 더마스, 그리고 일단 점프하고 나서 플레이를 생각한다는 아이제이아 토마스 이 세 선수의 거친 플레이가 상대를 압도하던 시절의 디트로이트 피스톤스가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를 잡고, 래리 버드의 보스턴 셀틱스를 꺽고 마법 같은 매직의 패스마져 무력화 시키고 우승을 했다.

속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들의 플레이는 우승 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교과서 적인 플레이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 중 가장 돋보였던 선수는 역시 아이제이아 토마스 였다.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빠른 스피드와 흑인 특유의 탄력성을 이용한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이후 디트로이트는 그랜트 힐이라는 아주 출중한 선수를 영입해서 두번째 전성기를 맞이 했다.

그랜트 힐은 다음에 포스팅 할 기회가 있겠지만 농구 선수가 갖춰야 할 교과서 적인 면만 갖췄다. 그의 플레이는 배드 보이스들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이었고, 그의 플레이는 배드 보이스가 아니라 굿 가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고나 할까? 고질적인 발목 부상이 아니었다면 매직 존슨이 가지고 있는 트리플 더블 기록을 바꿀 유일한 선수이기도 했다.

지금 르브론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별로 좋아하는 스타일의 선수가 아니라 논외로 한다.

그랜트 힐 이후로 디트로이트를 이끌었던 배드 보이스가 또 있으니 그들을 일컬어 배드 보이스 시즌2 라고 한다.

크게 의미는 없다. 거친 플레이로 좋은 성적을 냈다. 라는 정도.. ?



이런 그럼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썽장이들로 이루어진 팀 정도로 마무리를 하자.

 

배드 보이스의 공통점이 있나?

라고 한다면 그렇다라고 할 수 있다. 두 시즌 모두 공격이 강하다기 보다는 엄청난 수비와 몸싸움을 두려워 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몸싸움을 즐기는 스타일의 선수들이어서 다른 팀 선수들이 경기를 하고 나면 육체적으로 큰 부담감을 느낄 수 있는 팀 컬러를 가졌었다. 덕분에 홈 팬들에게는 아주 인기가 있을 수 있었겠지만 타 팀 팬들에게는 정말 나쁜 시키들이 아닐 수 없었겠지.

 

이렇게 배드 보이스 이야기를 한 것은 - 사설이 길었다. - 새로운 배드 보이스의 탄생을 본 것 같아서 였다.

 

팀은 피닉스 선즈로 배드 보이스의 탄생지인 디트로이트와는 다르지만 세 명의 플레이어가 경기를 지배해 나간다는 것과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이 있다는 점에서 시선이 갈 수 밖에 없었다.

 

고란 드라기치, 에릿 블랫소, 아이제이아 토마스 이 세 선수가 그들인데 셋 다 키가 큰 선수들은 아니라는 것이고 세 선수 모두 가드라는 점에서 특이할만하다. 세 선수 중에서 두 선수만 동시에 코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세 선수가 모두 코트에 있는 시간도 꽤나 긴 편인데 그 시간이 피닉스가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는 시간이다. 엄청난 공격력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잡아오는 것이 이 세 선수의 공통점이다.

Los Angeles Lakers v Phoenix Suns                        hi-res-de2f0e98e7aacd6c60aeff6ff2615149_crop_north

 

 

이전의 배드 보이스와는 다르다.

이전의 배드 보이스는 공격보다는 수비쪽에 강점이 있다면 이 새로운 배드 보이스는 키가 작은만큼 수비에는 약점이 있다. 하지만 상대가 2점을 넣으면 4점으로 되갚는 형식으로 경기를 풀어나간다. 무서운 점이다.

그동안 NBA는 우승을 위해서는 수비가 강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해왔다. 옳은 이야기다. 팬들을 위해서라면 공격 농구를 우승을 위해서라면 수비 농구를 이라는 말은 농구의 정설이고 나 역시도 그 말엔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농구든 야구든 재미있으려고 한다. 이기는 경기가 재미있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반박할 논거는 져도 재미있으면? 이라는 말이 되겠지.

져도 재미있는 농구가 될 것 같은 피닉스의 이번 시즌이 기대가 된다.

상대팀의 입장에서 이 세 선수는 분명 올 시즌 배드 보이스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상대하지 않은 타팀의 팬이라면 그들의 플레이에 매료될 만한 모든 점을 갖춘 배드 보이스가 아닐까 한다.

 

이번 시즌은.. 피닉스를 응원한다.

나는 절대 강자가 늘 우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스포츠가 가지는 가장 큰 재미는 의외성이다.

그게 올시즌 피닉스를 내가 주목하는 이유다.

posted by Bim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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